영화 소개
2008년 개봉한 'Zeitgeist: Addendum'은 독립 영화 감독 피터 조셉(Peter Joseph)이 제작하고 연출한 사회비판 다큐멘터리로, 2007년 화제작 'Zeitgeist: The Movie'의 속편입니다. 이 작품은 2008년 10월 2일 로스앤젤레스에서 열린 제5회 Artivist 영화제에서 처음 공개되었으며, 온라인에 무료로 공개되어 전 세계적으로 수천만 조회수를 기록했습니다. 총 123분 분량의 이 다큐멘터리는 현대 화폐 시스템의 근본적 결함과 사회적 부패의 원인을 추적하고, 대안적 사회 시스템을 제안합니다. 영화는 인도 철학자 지두 크리슈나무르티(Jiddu Krishnamurti)의 연설로 시작하고 끝나며, 4개의 챕터로 구성되어 체계적으로 자본주의 금융 시스템의 문제점을 분석합니다. 특히 이 작품은 존 퍼킨스(John Perkins)의 베스트셀러 '경제 저격수의 고백'과 산업 디자이너 자크 프레스코(Jacque Fresco)의 비너스 프로젝트(The Venus Project)를 주요 소재로 다루며 큰 화제를 모았습니다.
등장인물과 구성
이 다큐멘터리는 실존 전문가들과 사회운동가들의 인터뷰로 구성된 논픽션 작품입니다. 주요 등장인물로는 '경제 저격수의 고백' 저자이자 전직 경제 컨설턴트인 존 퍼킨스(John Perkins), 비너스 프로젝트 창시자이자 산업 디자이너 자크 프레스코(Jacque Fresco), 그의 파트너 록산 메도우스(Roxanne Meadows)가 출연합니다. 아카이브 영상으로는 코미디언 조지 칼린(George Carlin), 철학자 지두 크리슈나무르티(Jiddu Krishnamurti), 정치인 론 폴(Ron Paul)의 발언이 포함됩니다. 존 퍼킨스는 냉철하고 비판적인 시각으로 미국의 제국주의적 경제 정책을 폭로하는 인물로 등장하며, 자크 프레스코는 이상주의적이고 미래지향적인 해결책을 제시하는 비전가로 묘사됩니다.
영화는 4부 구조로 전개됩니다. 도입부인 1부에서는 '부분지급준비제도(Fractional Reserve Banking)'를 연방준비은행의 자료를 통해 설명하며, 현대 화폐 시스템이 어떻게 영구적인 부채를 만들어내는지 보여줍니다. 전개 부분인 2부에서는 존 퍼킨스의 인터뷰를 통해 미국 정부와 다국적 기업이 라틴아메리카 국가들을 어떻게 경제적으로 예속시켰는지 폭로합니다. 위기 부분인 3부에서는 현재 시스템의 지속 불가능성을 지적하고, 자크 프레스코의 '자원기반경제(Resource-Based Economy)' 개념을 소개합니다. 절정 부분인 4부에서는 철학적 관점에서 사회 변화의 필요성을 역설하며, 시청자들에게 행동을 촉구하는 메시지를 전달합니다. 영화는 지두 크리슈나무르티의 명언으로 마무리되며, 개인의 의식 변화가 사회 변화의 시작점임을 강조합니다.
관객 반응과 평가
이 다큐멘터리는 개봉 당시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폭발적인 반응을 얻었습니다. IMDB에서는 8.2점이라는 높은 평점을 기록했으며, 19,000명 이상이 평가에 참여했습니다. 많은 관객들은 "우리의 화폐 시스템이 얼마나 근본적으로 결함이 있고 터무니없는지 매우 교육적으로 보여준다"며 극찬했습니다. 특히 경제 시스템에 대해 비판적 시각을 가진 시청자들은 부분지급준비제도와 영구적 부채 구조에 대한 설명이 충격적이었다고 평가했습니다. 뉴욕타임스는 2009년 피터 조셉 감독이 뉴욕에서 강연했을 때 청중들이 그의 글로벌 금융 시스템 비판에 열렬히 박수를 보냈다고 보도했습니다.
그러나 비판적 의견도 존재했습니다. 일부 경제학자들은 부분지급준비제도에 대한 영화의 설명이 지나치게 단순화되었으며, 은행 시스템의 긍정적 역할을 간과했다고 지적했습니다. 특히 자원기반경제 모델에 대해서는 "이상적이지만 실현 불가능한 유토피아적 아이디어"라는 비판이 있었습니다. 일부 시청자들은 영화가 제시하는 해결책이 구체성이 부족하다고 평가했으나, 대부분은 현재 경제 시스템의 문제점을 인식하게 만든 중요한 작품이라는 점에 동의했습니다. 레터박스 리뷰에서는 "현대 세계의 문제점, 비밀 시스템, 지배 엘리트를 다룬 다큐멘터리 스타일 영화"로 평가받았습니다.
영화 속 경제 금융 용어
이 다큐멘터리에서 가장 핵심적으로 다루는 첫 번째 용어는 '부분지급준비제도(Fractional Reserve Banking)'입니다. 이는 은행이 예금자들의 예금 중 일부만 지급준비금으로 보유하고 나머지를 대출해주는 은행 시스템을 의미합니다. 예를 들어, 당신이 은행에 1,000달러를 예금하면 은행은 10%인 100달러만 보유하고 900달러를 다른 고객에게 대출합니다. 그 고객이 900달러를 사용하면 받은 사람이 다시 은행에 예금하고, 그 은행은 90달러만 보유하고 810달러를 대출하는 식으로 반복됩니다. 이 과정을 통해 은행은 실제로 존재하지 않는 돈을 창조하며, 영화는 이것이 영구적 부채와 금융 불안정의 근본 원인이라고 비판합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는 2020년 3월 지급준비율을 0%로 낮췄는데, 이는 은행들이 예금의 100%를 대출할 수 있다는 의미입니다.
두 번째 핵심 용어는 '코포라토크라시(Corporatocracy)'로, 기업이 정부를 지배하는 시스템을 의미합니다. 존 퍼킨스는 이를 "세계은행, 미국 국제개발처(USAID), 그리고 다른 해외 원조 기관의 돈을 거대 기업들의 금고와 소수 부유층 가문의 주머니로 흘러들어가게 만드는 시스템"이라고 정의합니다. 그의 저서에서 '경제 저격수(Economic Hit Man)'는 사기성 재무 보고서, 조작된 선거, 뇌물, 협박, 성매매, 암살 등의 수단을 사용하여 개발도상국들을 빚더미에 앉히고 미국 기업들에게 유리한 계약을 체결하게 만드는 전문가들입니다. 세 번째는 '자원기반경제(Resource-Based Economy)'로, 자크 프레스코가 제안한 개념입니다. 이는 돈, 신용, 물물교환, 부채 없이 모든 재화와 서비스를 사람들에게 제공하는 시스템입니다. 프레스코는 "지구의 자원은 풍부하며, 화폐를 통한 자원 배분은 시대에 뒤떨어지고 비생산적"이라고 주장합니다. 네 번째는 '계획적 진부화(Planned Obsolescence)'로, 기업들이 이윤 극대화를 위해 의도적으로 제품 수명을 짧게 만드는 전략입니다. 다섯 번째는 '부채 기반 화폐 시스템(Debt-Based Monetary System)'으로, 모든 화폐가 부채로 창조되는 현재의 금융 구조를 의미하며, 영화는 이것이 사회를 경제적 노예 상태로 만든다고 비판합니다.
현대사회 적용 및 시사점
이 다큐멘터리가 2008년에 제시한 경고는 2025년 현재에도 여전히 유효합니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에도 부분지급준비제도의 근본적 문제는 해결되지 않았으며, 오히려 연방준비제도가 지급준비율을 0%로 낮추면서 은행들의 화폐 창조 능력은 더욱 확대되었습니다. 이는 인플레이션, 자산 버블, 소득 불평등 심화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특히 한국 사회도 유사한 구조적 문제에 직면해 있습니다. 가계부채가 GDP의 100%를 넘어서며 영구적 부채의 함정에 빠졌고, 대기업 중심의 경제 구조는 코포라토크라시와 유사한 양상을 보입니다. 영화가 비판하는 '경제 저격수' 전략은 IMF 외환위기 당시 한국이 경험한 구조조정 압력과 정확히 일치합니다.
우리가 배울 수 있는 교훈은 명확합니다. 첫째, 현재의 부채 기반 화폐 시스템이 지속 가능하지 않다는 점을 인식해야 합니다. 둘째, 기업과 정부의 유착 구조를 투명하게 만들고 민주적 통제를 강화해야 합니다. 셋째, 기술 발전을 활용하여 자원을 효율적으로 배분하는 새로운 경제 모델을 연구해야 합니다. 넷째, 계획적 진부화를 규제하고 지속 가능한 생산과 소비 패턴을 확립해야 합니다. 다섯째, 경제 시스템에 대한 금융 교육을 확대하여 시민들이 화폐 창조의 메커니즘을 이해하도록 해야 합니다. 여섯째, 이윤 극대화가 아닌 인간의 필요를 중심으로 하는 경제 시스템의 가능성을 열린 마음으로 탐구해야 합니다. 영화는 개인의 의식 변화가 사회 변화의 출발점이라는 크리슈나무르티의 철학을 강조하며, 우리 각자가 현재 시스템에 대해 비판적으로 사고하고 대안을 모색해야 함을 역설합니다.
결론
'Zeitgeist: Addendum'은 단순히 현대 금융 시스템을 비판하는 것을 넘어, 근본적인 사회 변화의 필요성을 제기한 혁명적인 다큐멘터리입니다. 피터 조셉 감독은 부분지급준비제도의 구조적 결함, 존 퍼킨스가 폭로한 코포라토크라시의 실체, 자크 프레스코가 제안한 자원기반경제라는 대안을 체계적으로 연결하여 설득력 있는 서사를 구축했습니다. 이 영화는 경제와 금융에 관심 있는 모든 이들에게 필수적인 시청 목록이며, 특히 화폐 창조, 부채 시스템, 기업 지배 구조 같은 핵심 경제 개념을 실제 사례를 통해 배울 수 있는 훌륭한 교육 자료입니다.
비록 영화가 제시하는 자원기반경제 모델이 실현 가능성에 대한 논쟁을 불러일으키지만, 현재 시스템의 문제점을 날카롭게 지적한 것만으로도 충분한 가치가 있습니다. 2008년 금융위기 이후 17년이 지난 지금, 영화가 경고했던 구조적 문제들은 여전히 해결되지 않았으며 오히려 심화되고 있습니다. 우리 사회도 이 영화가 제기하는 질문들에 진지하게 답해야 합니다. 영구적 부채를 만들어내는 화폐 시스템이 정당한가? 소수 기업의 이익이 공공의 이익보다 우선되는 것이 옳은가? 기술이 발전했음에도 왜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빈곤에 시달리는가? 123분간의 시청 시간은 단순한 정보 습득을 넘어 우리가 당연하게 받아들여온 경제 시스템에 대해 근본적으로 재사유하는 계기가 될 것입니다.
